제252회 졸업식 축사
안녕하십니까?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원장 강승혜입니다.
252회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졸업식에 축사를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말 공부가 어때요?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토론을 할 수 있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늘어서 오늘 졸업을 맞이하게 된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무엇입니까? ‘시원섭섭?’, ‘뛸 듯이, 날아갈 듯이 기쁘다?’ 많은 표현들이 있지만 아마 ‘감사’의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래전에 논문을 쓰기 위해 어학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좋은’ 한국어 선생님이 누구인지’, ‘왜 그 선생님을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하는지’를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문법과 어휘를 잘 설명하고 재미있게 잘 가르치는 선생님도 많이 기억했지만 그리 잘 가르치지 못해도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여러분을 딸, 아들, 조카처럼 걱정해 주며 한국어 공부를 도와준 선생님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도록 여러분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여준 선생님들이 있을 겁니다. 그 선생님들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여러분 옆에 가까이 함께 한 친구들, 멀리서 응원해 주신 가족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한국에서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행정적인 도움을 주신 행정팀 선생님들도 감사한 분들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에게 생각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연세대학교의 가장 크고 기쁜 소식 중의 하나는 연세 동문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일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1979년 4월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쓴 짧은 시를 여러분에게 소개할까 합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琴瑟)이지
2025년은 연세대학교가 140번째,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이 65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연세대학교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많은 인재를 배출해 냈고 한국어학당 졸업생은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학당이 1960년 제1회 졸업식에서 두 명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정규과정에서만 8,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니 대단하지요. 여러분도 이제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을 졸업함으로써 8,000명이 넘는 동문들과 나란히 동문이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졸업생 여러분도 한국어학당의 동문으로서 ‘세상을 이끌다’라는 의미를 지닌 우리 학교의 이름처럼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한국어를 통해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해 주는 금실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훌륭하게 한국어학당의 과정을 마친 여러분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2월 19일
연세대학고 교육대학원 원장
강승혜
제252회 졸업식 답사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겨울 학기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졸업생 대표 김예린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1년 반 전, 연세 한국어학당 1급부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급조차 저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6급까지 올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 많았고, 이렇게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영광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 기회를 주신 모든 훌륭한, 수고 많으셨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러분 모두에게 큰 축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낯선 이 나라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힘든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은 이미 그 모든 것을 이겨낸 것입니다.
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기다려왔던 날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다가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느 정도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를 처음 배웠을 때를 떠올리면, 창피하거나 웃긴 상황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파파고였습니다. 하루에 100번 넘게 사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시간을 말할 때 헷갈려서 불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왜 시간에는 (하나, 둘 - 일, 이등) 두 가지 숫자 체계가 있는 걸까?’ 그때 저는 ‘누군가 시간 물어보면 그냥 핸드폰을 보여주고 읽게 할 거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또, 자신 있게 말했을 때, 내가 실수 없이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내가 한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도 다들 겪어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한국어를 완벽하게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각자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고 한국에 왔을 것입니다. 한국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대학에 가기 위해, 또는 아이돌 오빠와 언니들을 실제로 만나기 위해, 다양한 이유로, 우리 한국어를 배우며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저는 한미 혼혈로서 한국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늘 부끄러움을 느끼고 죄책감을 가졌습니다. 1살 때부터 한국에 살았지만 5살 때 미국으로 갔고 거기서 자라면서 - 한국어를 배우거나 말할 기회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학당을 다니면서 늘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했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설명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결심을 하고,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낯선 한국에 와서 우리 자신을 위해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어학당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 많은 분들이 새로운 인생의 단계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에 진학하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을 잊지 않듯이,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이렇게 깊은 인연을 맺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세 한국어학당의 특별한 점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취향, 유머 감각, 사고방식이 이렇게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은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시간은 저에게 한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안겨주었습니다.
연세 어학당에서 공부한 경험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항상 저를 응원해 주신 사랑하는 가족과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고 말씀해 주신 어머니께, 그리고 제가 이 연설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비행기 표를 사서 여기까지 와 주신 언니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모두 졸업을 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여러분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작별은 언제나 슬프고 아쉽지만, 진심으로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무엇을 하시든지, 각자 생각하는 성공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지금보다 더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갖추고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2025 년 2월 19일
졸업생 대표
김예린
(Ellison Madelyn R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