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급에서 배운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인데 시작을 하면 반은 성공한 셈이니까요.”
- 정태은 (Jeong taeeun) -
한국 사람과 결혼하고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정태은 씨. 결혼 이민여성으로 한국 국적을 받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즐거움과 더불어 어려움도 있었다. 베트남 사람 ‘Trần Thị Bích Trâm (쩐티빛쩜)’이면서 한국 사람 ‘정태은’인 그녀. 베트남 이주여성이자 학생으로, 또 엄마와 아내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한국살이’를 들어보자.
1. 간단하게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태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한국 국적과 베트남 국적 2개를 가지고 있고요. 고향은 베트남 껀터에 있습니다. 한국에 온 지는 5년 10개월이 되었어요. 처음 한국 왔을 때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즐겁고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어요.
(한국 이름이 예쁜데 직접 지으셨나요?)
제 한국 이름은 정태은인데요, 직접 지은 것은 아니고 작명소에서 지었습니다. ‘클 태’에 ‘물소리 은’자를 써서 큰 명예를 얻으라는 의미로 지었어요.
제가 베트남에서 소개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 왔습니다. 2022년에 아들을 낳았고 지금은 아이를 돌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셨는데 그래도 제 선택을 지지해 주셨어요. 하지만 한국어도 잘 모르는데 한국에 오게 되면서 소통이 어렵고 베트남과 문화도 많이 달라서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배려도 잘 해줘서 지금은 잘 적응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다른 한국 부모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고요. 베트남에는 매년 다녀오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다녀오지 못하다가 작년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다녀오기도 했어요.
사실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찾았는데요, 검색을 하다가 연세대학교 선생님들이 잘 가르친다고 해서 오게 됐습니다. 막상 다녀 보니까 공부하는 내용도 많고 말하기도 어려웠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이 친절하게 많이 도와줘서 지금은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니까 한국어로 소통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말하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발음 공부를 하고 있고 존댓말 실수도 많이 해서 그것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4. 전에 한국어학당에 다니다가 이번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국어학당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한국에 와서는 400시간짜리 사회 통합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말하기가 중요하니까 말하기를 좀 더 공부하고 싶어서 어학당에 들어왔는데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아이가 너무 어리니까 공부를 계속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다시 시작하게 됐는데 모두 남편의 응원 덕분이에요. 아이 키우는 것도 많이 도와주고 뒤에서 응원도 많이 해줘서 다시 한국어학당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지요. 많은 이주여성들 중에도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학비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학비 부담이 적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특별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베트남어로 번역된 한국어 교재가 적은 것도 좀 아쉽고요.
5.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저는 4급 때 배운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인데 시작을 하면 반은 성공한 셈이니까요.
6. 태은 씨는 한국에서 살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나요?
저는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그때 아이를 많이 기다렸거든요. 한국에 결혼해서 온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들 아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얼른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아이를 가지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은 모이면 제 아이가 가장 어린데 모여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도 하고 남편 이야기도 하면서 여느 아이 엄마들처럼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외국 사람이니까 아이를 키우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남편도 많이 도와주었지만, 특히 아이가 아플 때 혼자 병원에 가는 게 힘들었어요. 한국어 실력이 좀 늘고부터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되어서 한국 생활도 아이를 키우는 일도 좀 편해졌지요.
7. 요즘 한국에 다문화 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문화 가정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은 것 같아요. 먼저 장점이라면 아이가 이중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것도 큰 장점 같고요. 소통은 어려워도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겠지만요.
그래도 엄마인 제가 한국 사람이 아니니까 생기는 문제도 있었어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소통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 먼저 한국어를 배우자고 생각했어요. 한국어를 배우면 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소통이 잘 안 되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또 가끔 싸움이 생길 때도 있더라고요. 어떨 때는 차별을 받기도 했고요. 결혼 후에 한국에 와서 가족과 떨어져서 살게 되니까 너무 외롭기도 했어요. 이런 어려움을 잘 아니까 제가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통·번역가가 되고 싶어요. 베트남어를 통역해 주는 사람이요. 가능하다면 베트남의 홍보대사도 하고 싶고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주여성들을 위해서 통역도 해 주고 싶어요.
8. 앞으로 한국에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저는 졸업한 후에 말하기를 좀 더 공부할 거예요. 아무래도 아직 말하기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한국어를 그만두는 건 아마 한국말을 정말 잘하게 되는 때가 아닐까 싶어요. 토픽 시험도 보고 어느 정도 한국말을 잘하게 되어서 시간이 나면 빵 만드는 공부도 시작해 보고 싶어요. 저는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물론 좀 더 공부해서 기회가 된다면 통역사도 하고 싶고요. 저는 꿈이 많지만 사실 지금의 저에게 가장 우선인 꿈은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에요. 제일 어려운 일이지요.
결혼 이주여성으로 한국에 와서 많은 꿈을 펼치고 있는 그녀의 밝은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그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꿈도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으니 반이나 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외국인이기에 겪는 소외감과 외로움이 가끔 그녀를 힘들게 하지만 남편과 아이가 있는 이 한국이 자신에게는 또 다른 고향과 같다고 말하며 웃는 그녀의 얼굴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큰 명예를 얻으라는 그녀의 이름처럼 한국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루기를 소망한다.